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택시운전사

택시 운전사 (A Taxi Driver)

 

기형도와 한영애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우리나라 80년대 독재 정권 시대의 문화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들의 글 또는 음악 속에 ‘독재 정권’이라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형도의 글과 시에서, 한영애의 음악 속에서 무엇인가 답답하면서도 서글픈 감정을 느낀다.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자아에 대해 이상이 논했을 때, 우리는 그의 고민이 그 이후에도 끝나지 않고 다른 시대, 다른 지식인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음을 역사 시간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말하고 싶은 것들을 말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 우리 나라에 유난히 길었던 만큼 우리는 기형도 시와 한영애의 음악을 그 시대 분위기와 연결짓지 않고 읽을 수 없고 들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나에게 80년대는 항상 역사 시간이나 어른들 말씀을 통해서만 들었던 ‘심각한 시대, 한국의 근대사’일 뿐, 직접적인 연관은 적은 사건이였다.

그렇게 내가 우리 근대사에 대해 잊고 지낼 때, 세월호 참사가 났고 박근혜 정권을 몰아냈으며 우리는 그때서야 우리 나라 근대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한다.

바로 이 시점에 나온 영화가 송강호가 주연한 이 영화 ‘택시 운전사’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정치 상황과 맞물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고, 개봉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는 광주사태를 다른 외신에 알린 한 명의 독일 기자와 그 기자를 데리고 광주에 내려갔던 한 서울 택시 운전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송강호의 농담조 섞인 택시 운전사 연기와 역시나 예측 가능한 연출 (혼자 남겨둔 딸이냐, 대의냐를 선택하는 장면 등등)로 인해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달랐던 점은, 영화 개봉 당시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 뿐아니라, 이 영화가 ‘일반인들의 희생’을 실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강조한다는 점이다. 일반 학생들, 일반 택시 운전사들, 일반 주부들의 희생을 강조함으로써 광주 사태를 바라보게 한 점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자 흥행요소였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건을 한 평범한 택시 운전사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영화적 장치로 인해 우리는 광주 사태가 얼마나 많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또한 최근 있었던 수많은 평범한 이들의 ‘촛불 시위’와 함께 공감대를 이룬다.

 

비록 현재 ‘헬조선’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마음껏 자유롭게 우리 나라를 욕할 권리를 갖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네이버 댓글에 헬조선은 망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80년대 광화문 광장은 쇠파이프, 가스탄이 가득했지만, 지금 2017년의 광화문 광장은 단 한건의 폭력사태도 없이 수개월 동안 촛불만이 가득했다. 이상, 기형도가 했던 고민들은 여전히 지금까지도 이어지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고민한다. 우리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여전히 고민하는 한, 안타깝게도 헬조선은 망하기 힘들다.

Master of None Seaso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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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of None Season1-2. 마스터 오브 넌 : 시즌 1-2

 

뉴욕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시리즈들, 프렌즈, 섹스앤더시티, 그리고 우디앨런의 수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아마도 넷플릭스의 이 시리즈, “Master of None”도 뉴욕을 대표하는 시리즈로 등극되야하지 않을까.

 

아직 두 시즌 밖에 나오지 않았고, 다른 뉴욕 대표 시리즈들과 비슷하게 뉴욕의 비싼 집값 문제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는 “리얼 뉴욕”을 보여준다.

여기서 “리얼 뉴욕”이라고 함은, 뉴욕을 사는 이가 조이, 레이첼, 챈들, 캐리 브래드쇼와 같이 백인 남녀 만이 아닌, 인도계, 대만계, 흑인, 게이/레즈비언이 사는 뉴욕을 뜻한다. 실제 뉴욕은 melting pot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구 구성을 다양하는 도시 중 하나이다.

 

시리즈의 디렉터이자 메인 케릭터 Dev 역을 맡은 Aziz Anasari는 단연 돋보인다. 분명 스스로와 그의 친구들의 진짜 경험에서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안할 수 없게 만든다. 그 스스로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의 친구들로 구성된 주요 인물들은 끊임없이 뉴욕의 맛집과 와인바를 누비며 이민자로써의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 종교, 그리고 로맨스에 대해 고민한다.

이민 가정 자녀들 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냥 평범한 백인 가정의 자녀들 또한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부모 세대와의 갈등, 때로는 종교 문제 (일요일에 교회 또는 무슬림 사원에 가느냐 마느냐), 그리고 때론 성정체성의 문제를 시리즈 곳곳에 아주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데, 아주 심각해서 지루해지지도, 그렇다고 해서 아주 가볍지도 않아서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그러면서도 시리즈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요 사건인 데브의 로맨스는 소위 말해 ‘요즘 것들’의 것이다. 각종 이모지로 가득한 문자, 데이팅 앱으로 만난 여성들과의 만남 등등, 뉴욕이 아닌 곳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시리즈의 단점이 있다면, 시즌 1보단 시즌2의 로맨스가 다소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앞서 말했듯 주인공 데브가 안정적인 직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와인과 맛집을 들락날락 거려 보는 이를 괴롭게 한다는 것이다. 시즌1에서는 그나마 그가 직업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시즌2에는 로맨스에 너무 치중한 것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애 고민은 충분히 공감이 되고, 그가 작업 걸기 위해 던지는 수많은 농담들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또한, 완전히 뉴요커로 자란 그와 무슬림을 믿는 그의 부모님과의 관계 내에서의 갈등이라든지, 그의 대만계 미국인 친구가 무뚝뚝한 대만인 아버지와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에피소드들은 백인 일색/로맨스 일색인 다른 시리즈들에선 절대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또한, 최근 이 시리즈에 에미상을 안긴 “Thanksgiving”에피소드도 매우 특별한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이 에피소드는 극 중 데브의 친구이자 그의 실제 친구, Denise (실제 이름: Lena Whaite)의 커밍아웃 실제 경험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흑인 커뮤니티에선 게이/레즈비언이란 단어는 더욱이 터부시되므로, 그녀의 커밍아웃은 다른 이들보다 더욱 어려웠다. 이 에피소드가 에미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영화나 티비 시리즈들처럼 ‘어려운 커밍아웃 순간을 지나 결국 가족들이 이해하고 여전히 사랑해줬다’라는 식의 결말이 아니라, 유머러스하지만 섬세하게 커밍아웃 과정과 그녀의 가족들이 그녀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빨리 데브의 유머와 말장난을 다시 보길 바란다.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에 의한, 어른들의 시리즈. 야하지 않지만 야하고, 심각하지 않지만 심각한 시리즈.

Atrocity Exhibition by Danny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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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ocity Exhibition by Danny Brown.

 

대니 브라운은 에미넴, 빅션을 잇는 또 한명의 디트로이트 출신의 래퍼로 소위 ‘약빤 듯’한 목소리 (실제로 마약을 거래하고 마약을 복용하기도 했지만..)때문에 그의 랩은 쉽게 잊혀지는 편이 아니다.

 

전 앨범 “Old”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는데, 개인적인 취향으론 ‘Dope Song’과 몇가지 다른 곡들을 운동할 때말곤 잘 듣지 않는다. Side A와 Side B로 나누어져 있어 전반은 레이백하는 랩으로 우울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후반은 그 특유의 하이톤 랩으로 정신 산만하고 방방 뛰는 분위기를 나타낸다. 앨범 전반적인 구성과 그의 배경, 그리고 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정말로 ‘약빤 듯’한 기분을 주는 앨범 임에는 틀림없다. 곡 한곡 한곡을 따로 들었을 땐 나쁘지 않고 또 그 속에서 마음에 드는 곡을 찾을 순 있으나, 개인적으로 Old 앨범을 한번에 쭉 정주행해본 적은 없다. 초반에 너무 지루해지거나, 후반에 너무 귀가 아파서 멈추기가 다반사였다.

 

전작의 기억 때문인지 이번 앨범 atrocity exhibition은 발매된지 일년이 지나서야 진지하게 들어보게 되었다. 2016년 롤링 스톤지가 선정한 베스트 앨범 19위에 랭크됐었다하더라도, 지난 앨범의 지루하면서도 산만한 분위기가 나에겐 이 앨범을 시작하는데 큰 방애물이 되었다.

 

이 앨범은 Francis Bacon의 그림들 연상시킨다. 앨범 커버 탓인지, 앨범 타이틀 탓인지 모르겠지만, 베이컨의 그림처럼 이 앨범은 불편하고 우울하며, 때로는 무섭다. 이 앨범에서 다루는 환각적인 분위기와 오로지 성적 만족 만을 위한 이야기들이 베이컨의 그림과 맞닿아 있다. 베이컨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복잡한 내면과 섹슈얼리티를 표현했는데, 그 표현 방법이 매우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것으로 유명하다. 절대 그 무엇하나 정확하게 그리지 않고 무형태로 그리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인간의 육체가 도살장에 걸려있는 소고기처럼 보이게 하거나, 모호하게 그려진 두 형체가 새까만 방에 갇혀서 넘어져 있도록(또는 해석에 따라선 성행위를 하는 것같이) 보이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인체가 얼마나 불편하게 보일 수 있는지, 심하게는 그 자체가 매우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대니 브라운의 앨범 또한 그러하다. 곡들의 대부분 주제는 힙합에서 가장 흔하다는 소재 즉, 돈 마약 여자/섹스이지만, 참신한 비트와 그 위로 얹혀지는 대니 브라운의 독특한 랩 덕택에 절대 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같이 클라우드 랩, 즉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정도로 중얼거리는 랩들 사이에서 대니 브라운의 랩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의 랩을 통해 무엇을 그려내고 있는지 정확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이번 앨범은 듣는 이에게 무엇을 느껴야 하는 지에 대해선 정확히 전달한다.

대니 브라운의 이번 앨범을 높게 사는 것은, 그가 그의 목소리에 꼭 맞는 옷을 찾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시그니처 사운드와 독특한 랩톤, 스킬을 갖고 있는 래퍼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런 기술과 재능을 영리하게 쓰는 래퍼는 드물다. 물론 전작 Old에서도 그러했지만, 개인적으론 이번 앨범이 대니 브라운의 유니크함을 더 돋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앨범 전반적으로 한가지의 분위기를 유지하나, 몇 곡을 제외하곤 각 곡당의 길이가 3분이 채 안되서인지 전작보다 덜 지루하게 느껴졌다.

Guardian지가 리뷰했듯, 그의 이번 앨범은 Contemporary music의 큰 기쁨과 즐거움 중 하나이다. 밤에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앨범이지만, 대니 브라운의 시끄럽지만 매우 현란한 랩 스킬 덕분에 의외로 스트레스 많이 받으며 일할 때 노동요로 잘 어울리는 앨범.

Big Fish Theory by Vince Sta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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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Fish Theory (by Vince Staples)

 

Kendrick Lamar만큼의 빅네임은 아니지만 항상 앨범의 퀄리티는 꾸준히 좋은 빈스 스테이플스. 포스트 켄드릭 라마를 뽑으라면 그가 되지 않을까.

랩은 무미건조하면서도 날카로워서 의외로 훅잡이(?)의 기질이 있는 편이다. 또한 가사에 본인이 자라왔던 환경과 생각들을 시니컬하게 담아내는 것 또한 포스트 켄드릭 라마의 기준에 부합한다.

그의 가사는 본인이 자란 게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다. 물론 또다른 서부 게토 출신 래퍼 YG의 경우는 갱스터로써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마치 현재 갱들 싸움 가운데에 껴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곡들이 많고 따라서 전형적인 힙합의 주제, 돈 마약 여자를 거리낌없이 자랑하고 거리낌없이 그려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랩들이 워낙 찰지고 노래들이 신나서 훌륭한 노동요가 되는 것은 함정이지만)

빈스 스테이플스의 경우는 YG처럼 전형적인 클럽뱅어 노래를 만들진 않고, 좀 더 객관적으로 게토를 그려내는데 중점을 둔다. 켄드릭 라마는 게토에 대한 상황 묘사와 그것에 대한 본인의 의견과 생각을 전달한다면, 빈스 스테이플스의 경우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되 다소 시니컬하게 묘사하는 편이다.

음악 외적인 부분도 빈스 스테이플스의 경우는 위에 언급된 두 래퍼들에 비해 훨씬 실험적인 사운드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편이고 그 결과 이번 앨범이 EDM을 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스타일이 현재 유행하는 각종 클라우드 랩 스타일과 워낙 동떨어져있다 보니 빅샷을 받거나 빌보드 1위에 오르기는 꽤 힘들다고 보여진다. 요즘 빌보드는 Quavo, Lil Uzi Vert, Travis Scott와 같이 여전히 트랩 비트에 클라우드랩을 하는 노래들로 점철되어있기 때문에 들으면 골치 아픈 빈스 스테이플스의 앨범은 큰 인기를 얻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1집 Summertime ’06 를 가장 좋아하고 즐겨 들으며, 이번 앨범은 다른 앨범들에 비해 EDM비중이 높아서 즐겨들을 만한 앨범이 될 것 같진 않지만 그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Colorless Tsukuru Tazaki and His Years of Pilgrimage

쓸데없는 감상들에 대한 감상.

나는 왜 지난 날 이 ‘쓸데없는 감상들’에 매혹되었는가.

 

하루키의 가장 신작은 하루키가 지금껏 써왔던 각종 모티프로 난무하다.

철도역을 만드는 엔지니어는 다자키 쯔쿠루는 36살로 아무 이유없이 고등학교 때 절친들로부터 절교를 당한 상처를 평생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이 일은 그로 하여금 죽음을 생각할 만큼 큰 충격이였으며 아직도 그 일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현재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 사라는 그에게 그 때의 일을 해결 또는 일의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는 완벽한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이고, 본인 또한 이런 완벽하지 못한 쯔쿠루와 관계를 더이상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쯔쿠루는 지난 날 네명의 절친들을 만나러 가기로 하고 한명씩 찾아가 절교의 이유를 묻는다.

절교의 이유는 쉽게 말해 오해로 인한 것이였다. 쯔쿠루가 그 그룹의 여자 일원인 유즈를 강간했다는 것.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모두들 그가 그 당시 강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와 절교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해 쯔쿠루는 마지막 친구, 에리가 살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로 여행을 간다.

핀란드 여행에서 쯔쿠루는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 시절 에리가 쯔쿠루를 사랑했다는 것.  에리는 쯔쿠루가 유즈를 짝사랑한다는 것도 그 당시 알고 있었고, 따라서 ‘강간’ 사건이 났을 때 유즈를 보호하고 쯔쿠루에 대한 마음을 저버리기 위해 쯔쿠루를 그룹에서 내치는데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쯔쿠루는 그 동안 자신의 상처가 자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였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었음을 깨닫는다. 또한 항상 색채 없이 살아온 스스로가 다른 이에게는 충분히 강렬한 색으로 남았음을 깨닫는다.

그 이후 그는 현재 여자친구인 사라에게 결혼 프로포즈를 하기로 결심하고, 현재 다른 남자친구가 있는 사라에게 본인의 의사를 전한다. 사라는 그에게 사흘 간의 시간을 달라고 청하고 쯔쿠루는 사라가 다른 남자친구가 아닌 본인을 선택해주길 기다리며 소설의 내용은 마무리된다.

 

경제적으로 전혀 어렵지 않고 부유하게 자라온 남자 주인공. 클래식 음악과 와인을 항상 곁들일 줄 알고, 본인의 세계가 아닌 바깥세계에 대해선 무관심한 것. 반복적인 운동-이번 소설에서는 수영-에 대한 선망과 감상.  적당한 여자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이유 없이 떠나는 주변인물들. 그리고 그 무엇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 대한 감상.

예전에는 예상치 못한 ‘애매한 상황과 찜찜한 결말’에 놀라고 부루주아 주인공의 부루주아적 센스를 선망했지만, 지금 읽는 하루키의 주인공들은 크게 어려움이 없는 삶을 살다보니 남는 시간 동안 지나치게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며 우수와 감상에 젖어든 것으로 보여 읽는 나로써는 거부감이 든다. 36년간 살면서 인생의 가장 큰 상처가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절교라니. 아직도 36살인데 본인이 어떤 색채, 또는 개성을 가진 사람인지 파악이 안되어있다니.

현재 서울보다 페이스가 훨씬 느린 센루에서 살면서도 하루키 주인공의 고민들이 쓸데 없는 감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어 현실적으로 되고 있다는 것의 증거인 지도 모른다.

 

Sense8

sense8

Sense8 on Netflix.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한 미드 시리즈 “sense8”.

 

워쇼스키라는 이름과 함께 ‘배두나’의 출연 또한 이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켰다. 나는 여전히 한국인이니까. 그리고 한국인이 미드에 등장하는 건, 아니 동양인이 미드 주연으로 등장하는 건 여전히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드문 일이니까.

 

간단히 이 시리즈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총 8명의 주인공이 각기 다른 8개의 도시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진행된다. 따라서 시리즈 초반은 다소 복잡하고 지루한 편. 으레 미드들이 그렇듯, 초반을 잘 견디고 봐야 이야기의 스케일을 파악하고 볼 수 있게 된다.

8명은 각자 사연이 있으나, 각각 텔레파시로 모두 이어져있다. 즉, 물리적으로 떨어져있어도 서로의 주변환경과 감정, 때로는 죽은 클러스터 일원의 기억까지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플롯은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의 능력 또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어진 사람들 공동체를 ‘클러스터’라고 부르는데, 이 클러스터는 한 집단 BPO의 이유 모를 추격을 받는다. 따라서 이 클러스터는 각자의 인생 난관을 헤쳐나감과 동시에 이 BPO와의 대결에서 이겨야한다.

 

워쇼스키답게 sci-fi를 기본으로 하였지만, 그들의 기존작품들, 특히 ‘매트릭스’를 기대하고 봤다면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 미드에서 이렇게 수많은 게이 커플들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게이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가. 또한, 자칫하면 민감할 수도 있는 세계 각국의 이슈들을 이렇게 미드에서 소개했던 적이 있었던가. 케냐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 인도의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문제점들, 한국의 재벌문화, 미국 시카고의 시라크 문제 등등.

각각 이슈들을 주인공 한명 한명에게 연결시킴으로써 실제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시청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게 한 것은 이 드라마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이다. 그리고 시즌1에서 느끼지 못했지만, 시즌2에 들어서서 ‘클러스터’라는 설정이 왜 필요했는지, 무엇을 강조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시즌2를 보는 내내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듣는 인도의 시위 현장이나 케냐의 물 부족 사태, 그리고 최근에 자주 듣게 된 테러문제는 우리에겐 그저 뉴스일 뿐 우리는 사실 크게 개의치 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 ‘클러스터’라는 설정을 통해 케냐의 물 부족이 어떻게 인도에, 한국에, 런던에, 샌프란시스코에, 그리고 멕시코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좀 더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BPO라는 집단의 설정 자체도 ‘너와 다른 나’를 인정하지 않는 단체로 규정함으로써,  이 단체가 중동의 테러단체와 그 테러단체와 중동인 모두가 테러단체라고 믿는 유럽의 극우단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미드의 재밌는 점은, 이러한 이슈들을 대처하는 주인공들의 태도와 행동이다. 물론 매우 뻔하디 뻔하지만, ‘갈등과 분열’에 대처하는 법으로 ‘사랑’과 ‘평화’를 강조한다. 매우 단순하고 뻔한 메시지이지만, 이 드라마를 조금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나 ‘클러스터’라는 설정이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힘을 합해서 이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제일 큰 관전 포인트이자, 감독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물론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가지의 단점들도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이, 초반이 조금 복잡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진입장벽이 아주 낮은 편은 아니다. 또, 메인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게는 BPO의 실체와 그들이 클러스터들을 사냥하는 이유를 밝혀내고 그들을 저지하는 것이지만, 워낙 주연들이 많다보니 메인 스토리 진행 자체는 매우 더딘 편이다. 주인공들이 8명이나 되고 그 주변인물들도 존재하다 보니,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성격은 다소 평면적이다. 그 때문에 메인 스토리를 제외하고 사이드 스토리는 다소 예상이 가능하고 상대방의 반응 또한 우리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 사는 멕시코 배우 Lito의 경우 엄마에게 크리스마스 날 커밍아웃을 하는데, 그의 엄마는 놀랍지 않다는 듯 반응하고 그를 그냥 사랑하는 아들로써 대해준다.

이런 몇가지 단점들을 안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는 나의 ‘최고/최애’ 리스트에 들어가기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볼만 한 작품임엔 틀림 없다. 특히 현재 전세계 뉴스와 minority, diversity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추천하는 작품.